파랑과 노랑의 만남

파랑과 노랑의 만남

파랑,
나는 몸은 없지만
해가 뜨는 곳에서
영원히
빛이 사라지는 순간 태어나지

노랑,
너와 만나기위해
먼 미래에서 왔어
한번은
따뜻한 땅의 끝에서 눈을 감았다

호문쿨루스,
끝도 없이 추락하는 꿈을 꾸다
눈을 떠보니

너는 초록색 몸을 하고
머리엔 바위를 이고
다리엔 바다를 두른 채
입안엔 깜깜한 밤을 가지고
새하얀 낱말들을 내뱉는다

〈파랑과 노랑의 만남〉 – 시에 부쳐

연금술적 상상은 그림 속 색을 통해 자연을 상상하게 만든다.
하강과 상승, 물, 바람, 대지, 불의 이미지들은
자연의 원소들이 생명을 통해 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된다.

나는 그림을 그리며 과학을 생각한다.
질서, 변화, 반복. 그렇게 패턴을 그리게 되었다.
테셀레이션은 연금술적 상상을 가장 단순하게 실현할 수 있는 도구다.
반복되지만 동일하지 않은 세계—그 속에서 어떤 생이 움튼다.

2020년부터 시작한 ‘파랑–노랑 시리즈’는
강릉에서 자연과 깊이 교류하며 그렸던 색들의 기록이다.
빛과 어둠의 상징이 색으로 펼쳐진다.
그림은 언어가 되고, 시는 패턴이 된다.
그 만남 속에서 탄생한 존재(인간)은 초록의 몸으로 말한다—깜깜한 밤 속에서 새하얀 낱말들을 내뱉는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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4월 16일